▶나의 정원/냥이이야기

냥이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추억1(1)-

겨울나그네J 2008. 1. 28. 21:33

<냥이와의 추억1>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냥이와의 만남에서 현재까지의 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반려 묘로 생각도 않고 있었던 것이 어떻게 지금은 한 지붕 밑에서 먹고 자고 하는지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렇지만요)

 

그럼, 짧지도 길지도 않은 2년여의 기록을 기억을 더듬어서 써 내려 가봅니다.

 

1.에피소드1(냥이와의 첫 만남과 재회)

2006년3월 초순의 찬 바람이 부는 몇 일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집(단독주택으로 전세를 살고 있었네요.)근처에서 낯선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된 차량주위에서 맴도는 동물이 있지 않습니까.
조심조심 다가가니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짙은 회색 털의 고양이였습니다.

무척 야위었지만 보기에도  길냥이가 아님을 알 수가 있었지요.

당시만해도 난 "길을 잃었나? 이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누가 찾으러 오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곧장 집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이것이 냥이와의 첫 대면이었습니다.

 

저녁 먹으면서 애들과 집사람한테 고양이 얘길 하니 집사람은 당시만해도 어릴 적 고양이에 대한
슬픈 추억이 있어서인지 "신경서지 마세요" 하고 딱 잘라 말하고 애들은 "아빠 한 번 보고 싶어""어디서 봤어" 하며
관심을 나타내는 정도였습니다. 이 전에도 집에서 고양이나 개를 키워볼까 하고 생각을 나누었지만 집사람이 완곡하게
반대하는 터라 그렇게 잘라 말한 것임을 짐작케했지요. 그 때의 냥이 모습입니다.(참으로 야위었지요)

 

그렇게 첫 만남을 뒤로하고 3월 달이 지났습니다.

 

여기서 예전의 고양이 얘기를 잠깐,,,
어릴 적엔 쥐를 소탕한다고 집집마다 고양이(코숏)를 참 많이 기른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요즘의 초등)5학년땐가 6학년때부터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기 시작하여 고등학교
졸업무렵까지 연이어서 대 여섯마리를 키운것 같네요.
마지막 우리 나비(예전엔 고양이들의 이름은 전부 나비 아니면 살찐이)가 7년을 같이 지내다 팔려간 것이 마지막.
어머니께서 집을 나갔다고 하였지만 지금 짐작컨데 아무래도 너무 크고 키우기가 귀찮으셔서 파신것 같습니다.
(예전에 고양이 장수도 많이 다녔던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그쪽으로ㅠㅠ.)

 

그렇게 내 곁에서 떠난 후 냥이를 만난 것이 십 수년만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을 뒤로하고 몇 일이 흐른 어느 날 또 냥이를 만났습니다.
집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몇 일 새 더욱 야위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나가던 꼬마 애들이 "야, 저 고양이 아직도 여기 있네. 잡아도 도망도 안 가고,,, 궁시랑 궁시랑"
그러고 보니 계속 저희 집이 있는 동네를 배회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주차된 차량주위에서 배회하고 있는 냥이를 집 마당에까지 데려와서는
얼른 집에서 멸치 몇 마리를 가져와서는 먹였습니다.
보기에 안쓰럽게 야윈 것이 며칠째 굶은 것 같습니다. 멸치 몇 마리를 게눈 감추듯 해 치운 냥이.
아무래도 집에서 기르다 보니 바깥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아직 터득 못하여 계속 굶고 다닌 모양입니다.
털도 부석부석하고 뜯겨져 나간 곳도 있고, 참 안쓰럽더군요.

이렇게 하여 냥이와 처음으로 인연이라는 실을 끼웠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이렇게 같이 지내려고 집으로 찾아 온 것 같습니다-

 

그런 후론 매일 퇴근시에 "냥아" "쪽쪽쪽쪽"(의성어)(혀를 차면서 부르는 나만의 소리) 하고 부르니 어디서 숨어 있다가도
쪼르륵 달려와서는 "먹이주세요"하고 쳐다 보고는 먹이 주면 먹고 나가고,,, 그렇게 냥이와의 인연은 계속되었고
어떤 날엔 거실에 있으면 "야옹"하고 아예 밥 달라고 부르기도 하고 현관문을 빼꼼히 열면 집으로 들어 오려고도 하였습니다.

 

3월 날씨가 추운 계절이라 들이고 싶었지만 집사람이 반대하고 마침 음력 2월이라 이 시기엔 사람이던 동물이던
집에 들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미신은 그다지 믿지를 않으나 좋은 게 좋다고 들은 것은 지키려고 합니다.)

 

현관 앞에다 상자로 집을 만들어두고 추위만 피하라고 해도 냥이는 자기만의 아지트가 있는지 밥만 먹고 쪼르륵 나가버리고
그렇게 냥이도 나름대로 야생(?)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 집 저 집 돌아다니고 위험한 도로에서 왔다 갔다 하며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동네에 온지 한달 이 지나도록 배회를 하는 것으로 짐작을 했지요.
길 잃은 고양이가 아닌 버림받은 고양이구나.
그렇게 2006년의 3월은 흘러갔습니다.